오늘 문득...

오늘 퇴근길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홀로걷는 소풍길 2013. 12. 27. 18:20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수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 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 가라고 짚신 두짝 놓아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60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이생진님...그리운 바다 성산포

 

 

▼. 2008.10월 성산 일출봉에서..

 ▼. 멀리 한라산이..

 ▼. 성산포..

 ▼. 일출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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