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던中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던 기사가 있었다.
한국일보 기사 였는데 "구두 닦는 아버지의 '메모지 과외' 光났다"....
19년째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구두를 닦는 김봉희(57)씨는
손님들에게 10년 가까이 짤막한 메모지를 건네고 있다.
"미적분 문제를 중간까지 풀었습니다. 답을 찾는 과정을 알려주세요"
"이 부분은 해석이 안 돼요" 등 어려운 수학과 영어문법 및 독해 문제를 풀려다 막힌 듯 빈칸이 가득한
자식이 못 푼 문제들을 강남 직장 손님에 부탁하는 메모였다.
네명의 자식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하다 막히는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에게 묻기 시작했는데
아버지는 꾀를 내 아들들에게 아침마다 메모지에 질문을 적게 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버지가 일 갔다가 돌아와서 알려주마."
그의 메모지엔 보이지 않는 부정(父情)이 녹아있다.
"자식을 가르치고 싶은 맘이야 여느 부모랑 같죠. 배움도 짧고 학원 보낼 형편도 안 되니…."
아버지의 능력(?)을 믿게 된 4형제는 문제풀이가 궁지에 몰리면 아침마다 메모를 남겼다.
덕분에 자식들은 모두 학원 문턱 한번 넘지 않았다.
김씨는 자식을 위해 부끄러움도 잊고 손님들에게 청탁을 하고 있었다.
"능력 없는 아버지다 보니 그런 염치는 일찌감치 없어졌어요.
처음 청탁을 받고 반신반의하며 답을 하던 손님들은 차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애들 가르칠 능력이 안돼 그런다'고 조심스레 메모를 건네면 아예 명함을 주면서
'다음부턴 (아들들에게) 바로 전화하게 하라'고 하는 분도 있었어요. 얼마나 고마운지요."
종종 김씨의 메모에 답을 적어줬던 사업가 강영대(51)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에 나와 열심히 사는
김씨 아저씨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누구라도 도움을 줬을 것"이라며
"제가 답해준 메모지보다 아버지의 성실한 모습이 오늘날의 아이들을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힘 닿는 데까지 정성껏 구두를 닦아야죠."
새까매진 그의 손에 놓인 구두는 세상의 어느 광채보다 빛났다.
오늘 기사를 읽으면서 몇년전 봤던 수원 지방법원 옆에서 구두를 닦으며 생활하고 있던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주말마다 우리 국토의 등줄기를 밟아 백두대간을 종주했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릴 때부터 안 해 본 일 없이 힘겹게 살아온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남겨 주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가장 슬펐던것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 !! 아들과 함께 백두 대간을 걷는거다.
그래서 아들의 삶에 영원히 남을 자랑스런 기억을 심어주는거다.
세상의 어떤 책이나 말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을 가르쳐 주는 거야 "
" 판, 검사의 구두를 닦는 가난한 아빠이면 어떤가 ? "
첫 출발지는 강원도 진부령이었다.
'아빠랑 나랑'이라는 글씨를 새긴 붉은 색 남방으로 맞춰 입은 두 부자는 도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매주 토요일 오후, 아들이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면 다음 구간으로 향했다.
하루 10시간은 보통이고, 밤새도록 걷기도 했다. 어느 땐 아들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 쓰러져
그때 아버지는 아들이 죽는 줄 알고 정신없이 아들의 다리를 주무르기도 했다.
다시 깨어난 아들은 아버지를 안고 울었다.
그리고 종주의 마지막 코스인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을 때 오랜 산행의 든든한 동반자였던 두 부자는
말없이 악수를 나누었다.
아들은 구두닦이 아버지를 판검사 아버지보다 훨씬 더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아버지는 백두대간의 봉우리만큼 우뚝 자란 아들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수많은 말들 중에서도 가장 뜨겁고 소중한 한 마디.
비록 나는 한번도 듣지 못했으나 내 아들에게만은 꼭 들려주고 싶은 이 한마디.
"아들아!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
"아들아! 부디 세상을 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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